18일 새벽부터 아내와 나는 여행의 열정에 휩싸였다. 무조건 떠나고 보는 거랄까? 조금 무대뽀 정신이 필요한 일이었다. 대충 갈 곳을 정하고 숙소부터 알아본다. 그리고 예약. 

오전 내내 짐을 싸고 여행을 준비한다.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한 오후 두 시 좀 넘어서 발주를 넣은 뒤, 침구 발송해 놓고 람이를 태우러 갔다. 네비 찍고 달리는데 갑자기 배터리 등이 들어온다. 방향을 잡은 김에 쌍차서비스센터에 왔다. 파워펌프 오일이 새서 제너레이터가 또 망가졌단다. 52만 원 견적에 한 시간 반 정도 걸릴 거라고... 신발끈 고쳐매다가 손구락 피도 보고… 결국 54만 원이 나왔다. 액땜했다 생각한다. 고속도로에서 배터리 경고등 들어왔으면 어쩔 뻔했냐며 아내와 자위했다.

카센터를 나와서 주유한 뒤, 서낙동강변을 타고 가다가 결국 대저방향 도로로 접어들어 대동을 지나 경주 톨게이트로 안내하네. 경주를 지나 포항을 스쳐, 영덕 지나는 7번국도로 올라가다가 고속도로도 좀 타고…. 다시 7번국도....





중간에 저녁시간이라, 눈에 띄는 편의점에 들어가 편의점 음식들로 저녁을 때웠다. 낚시점과 함께 하는 곳이었는데, 제법 커서 선택의 폭이 넓었다.



양양의 디그니티 호텔 도착하니 열 시 반이네. 제일 가까운, 그러니까 그 시간에 하는 편의점이 차로 2분 정도 거리. 가서 내일 아침식사꺼리까지 장만해서 돌아왔다. 여진과 간단히 맥주 한잔 마시고 잔다.

침대 두 개에 다이닝룸, 옷방이 따로 있는 아늑한 구조. 퀸 사이즈 침대 두 개라, 여진과 람이 같이 자고 나는 류니와 잤다.








19일 금

새벽 이른 시간에 깬지라…. 해 볼 끼라꼬 나왔는데 비? 진눈깨비인가? 1월에 양양까지 올라와서 비를 맞을 줄이야. 길이 얼까봐 걱정이네.


해돋이는 못 보고 1층로비에 들어섰을 때, 마침 여진이 올라오라고 문자를 보냈다. 어젯밤에 사다놓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마치고 씻었다. 그리고 열 시쯤 우리는 낙산사로 향한다. 바로 코앞. 해수관음상, 홍련암 등을 돌아보는데 2005년 화재가 새삼스러웠다. 너무 새 건물들이라 일반적으로 오래된 사찰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내내 싸라기눈이 내린다. 의상대쪽 주차장으로 내려와 다시 낙산사 주차장까지 좀 걸었다. 그리고 설악케이블카를 찍고 달린다. 오래 전 보았던 풍경을 찾아보려고 애썼는데 허사다. 잔설들이 도로변에 많았고 눈녹은 물이 질척해 조금 위험해 보였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한 삼백여 미터 걸어올라가는데 주문이 한 건. 어떻게 작업해 놓고 케이블카 탑승장 앞에서 산채비빔밥과 돈가스, 파전, 막걸리를 먹고 케이블카를 탔다. 미리 시야가 전혀 안 보인다는 경고를 듣고 올라간다. 너무 미끄러워서 도보구간은 조금 가다가 말았시만 애들은 눈을 가지고 신나게 놀았다. 내려와서 주차장으로 향하며 올쿡에 메일을 보냈다. 메신저로 들어갔냐 물으니 안 열린단다. 차에서 맥으로 보내려고 가는데 주문 한 건 더. 맥이 켜졌다가 먹통. 전원이 필요하다. 한화 쏘라노로 달렸다. 세 시가 좀 못되어서 도착해 부랴부랴 체크인하고 메일 보냈다. 두 건 발송,.  숙소 대단위다. 방은 두 개고 좀 낡았지만 수저, 그릇도 있어서 좋네.

애들은 오락실 다녀오고 우린 좀 쉬었다. 여섯 시쯤 유명한 관광수산시장으로 갔다. 사람 진짜 많네. 돌아보다가 순대국밥 먹고 여진이 끝내 대게를 사왔다. 숙소에 여덟 시경 도착했다. 편의점에 술 사러 간다.


20일 토

잘 먹었는데, 유독 람이만 잘 안 먹고 춥다더니... 열이 난다고 여진이 문간방에 와서 부스럭거리며 약을 찾았다. 새벽 두 시 오십여 분. 문간방서 자던 나도 깼다. 해열제를 먹은 람. 기침을 또 하네. 병원에서 나온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또... 날이 밝으면 병원부터 찾아가야 할 거 같네.

아침에 좀 괜찮은 람. 다들 느지막이 일어나 체크아웃하고 시립 속초박물관을 관람했다. 여전히 싸락눈과 진눈깨비가 날렸다. 점심으로 함흥막국수를 먹기 위해 시내로 갔다. 좀 슴슴한 것이 꽤 괜찮았다. 족욕을 할까, 해서 갔더니 11월 말까지만 운영. 숙소 HK리조트로 예약했는데, 찍으니까 가던 방향이고 설악권역에 들어서니까 눈이 제법 온다. 눈도 많이 쌓였고. 어제 지나온 터널을 넘어 다시 설악으로 향하니 눈이 제법 많이 온다. 숙소는 좀 낡았지만 깔끔하다. 눈이 많이 오고 쌓였다. 가까운 세븐마트에서 먹을 것들부터 좀 샀다. 까딱하다간 여기 갇히겠다..ㅜ ㅠ

막걸리 한잔 먹고 쉬다가 해저물녁 바로 앞, 고깃집에 갔더니... 단체 손님으로 자리가 없다... 유일한 가게라는데...ㅜ ㅠ 좀 있다 다시 가봐야겠다. 그네들도 언젠가 빠지겠지.

결국 일곱 시 반경 자리가 나서 왔다. 완전 핫플레이스. 테이블 여덟 개 꽊꽉에 소리는 꽥꽥. 삼겹살 1인분 17000원. 소주 5000원... 후식 된장 일인분 5000원. 애북 비싸지만 옛날보단 양심이 있달까? ㅎㅎ 그리고 1인분에 190그람이라니…. 아까 편의점서 본 이모가 여기서도 일하신다. 투잡인지 투 사장인지 몰긋다. 고기도 맛있고, 눈도 멋지게 내리고 정말 좋았다.

애들 먼저 보내고 여진과 잠시 눈길 걷고 숙소에 들어가 축구 보면서 막걸리 한잔 더하고 잤다.


21일 일

새벽 3시 반쯤 깨서 여섯 시경까지 뒤척이다 다시 잤다. 여덟 시 반이나 되었을까? 람이 나와 륜이 자는 방을 빼꼼히 디다본다. 부지런히 움직였다. 홍게 몸통을 두 개 넣고 매운 진라면 세 개를 끓였는데 싱겁다. 잠시 나와 차 위에 한 뼘쯤 쌓인 눈을 치웠다. 맨손으로 한계가 있어 잠시 다시 들어갔다가 씻고 짐챙겨 나오면서 눈삽으로 긁었다. 어젯밤 보이던 트렉터가 골목길 눈도 치우더니... 다시 눈이 날리기 시작해 서둘러 출발했다. 골목길 벗어나니 고생할 것도 없었다. 아휴, 우리나라 제설 작업 장난 아니네. 큰길은 싹 치워져 있다. 눈 쌓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한눈 팔다가 사고나는 거 아니라면 미끄러질 걱정은 없었다. 목적지를 우리집으로 찍고 내려오다가 아쉬워하는 류니를 위해 여진이 하회마을을 추가했다. 애북 멀다. 안동에 닿으니 눈은 없다. 하회마을과 거의 같이 나오는 병산서원. 먼저 가보자는 아내 덕에 24년 만에 가본다.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길이 여전히 솔다. 12년에 유네스코에 등재되면서 대우가 달라졌다 한다. 해설사도 있고 관광안내소 따위도 생겼고. 낙동강이 만든 병풍 같은 절벽은 여전한데, 왠지 옛 느낌은 아니다. 좀 아쉽네.

그리고 하회마을로 가니... 매표 끝났으니 자차로 그냥 들어가란다. 헐~ 좋네. 간단히 한번 둘러보고 강뚝길로 다시 걸어나왔다. 집으로...

도착하니 아홉 시가 다 되어간다. 여진은 큰길에 내려 코막힘과 간헐적인 기침이 있는 람이 약 사러 갔고...  주차장이 하나도 없어서 바깥에 댔다. 온종일 내가 운전했다. 그런데도 피곤한 줄 모르겠다. 뜬금없고 짜증없는 여행, 거의 팔십 프로 달성~ ㅎㅎ

특히,륜이 많이 좋다고,,좋았다고 해서 참으로 좋다.